≪조웅전≫이 특이한 점은, 주인공의 탄생에서 기자(祈子) 정성이나 태몽이라든가 천상인의 하강과 같은 모티브가 전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군담소설들이 발단부에서 하나의 투식으로 기자·태몽이 제시되고, 주인공의 신분이 고귀하고 그 능력이 초월적임을 예시하기 위하여, 천상 선관 또는 ‘아무 별[某星]’의 적강(謫降)을 보이는 데 대하여, ≪조웅전≫에서는 이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배려인 것처럼 보인다. 그 의도적인 배려란 조웅의 비범한 능력이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인 것이라는 강조하는 것이다.
≪조웅전≫의 전개 방식이 다른 군담소설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편년체 서술 방식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거의 모든 고전소설이 어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대소설과 역시간적(逆時間的)인 구성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경우란 드물어서 보통 순행적인 전개 방식을 취하므로 이것은 엄격히 말하면 편년체적 구성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편년체 서술 방식이라 함은 간지(干支)로써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고 있는 경우만을 말한다. 고전소설에서 이처럼 간지를 써서 사건의 진행을 나타내는 작품은 ≪화사≫와 같은 역사체 소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데, 이와 같은 특징적인 수법을 작가가 쓰고 있는 것은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기≫와 같은 역사서로부터 작가가 의도적으로 차용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리고 군담의 묘사에 있어서도 다른 군담소설에서와 같은 바람과 비를 부르고(呼風喚雨) 또는 범과 표범으로 변하는(作虎作豹) 것과 같은 도술전(道術戰)이 거의 제거되어 있어 덜 환상적이다. 요컨대 이상에서 말한 역사적 기술 방법인 편년체의 차용, 주관적인 작자의 목소리의 제거, 도술전의 제거 등은 ≪조웅전≫의 작가가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웅전》의 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알 수 없지만, 난삽한 고사성어, 한문구, 삽입 가요들의 빈번한 사용은 어느 정도 이 작품의 작자 계층에 대하여 대변해 주고 있다. 즉 <조웅전>에서의 많은 한시구, 한문구 사용은 한문에 대한 상당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더구나 의미를 확실히 모른 채로 전사(轉寫)해 나가는 동안 이본에 따라 오자, 탈자가 생겨났거나, 혹은 전기수[이야기꾼]의 구술을 음대로 기록하여 착오된 경우라면 의미 이해는 전혀 불가능하다. 일반 서민은 고사하고라도 식자층으로서도 의미 대역(對譯)이 붙어 있지 않는 한 의미 파악은 곤란했을 것이다.
《조웅전》의 작자는 한문 식자층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추측을 진전시켜, 자유 연애, 육체적인 사랑 표현 등 전통적인 유교 이념에 배치되는 내용들이나, 전편에 걸쳐 독자의 흥미를 돋우려 했던 작가의 의식적인 배려 등으로 미루어 본다면, <조웅전>은 소설 작법의 기교가 어느 정도 발달한 시기에 있어서 상당히 전문적인 작가에 의해서 창작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