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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강원도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학식이 높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손님들을 초대하여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부임하는 신임군수들은 몸소 찾아가서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양반은 너무 가난하여 관가에서 내주는 환자를 타먹고 살았다.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 천석이나 되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석이 빈 것을 발견하였다. 대노한 관찰사는 그 연유를 알고 당장 그 양반을 투옥하라고 했다. 군수는 양반을 투옥할 수도 그 빚을 갚도록 할 방도도 없어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안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양반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하였다. 이때 이웃에 사는 동네 상민 부자가 그러한 소문을 듣고..
강원도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학식이 높고 현명하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손님들을 초대하여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부임하는 신임군수들은 몸소 찾아가서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양반은 너무 가난하여 관가에서 내주는 환자를 타먹고 살았다.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 천석이나 되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석이 빈 것을 발견하였다. 대노한 관찰사는 그 연유를 알고 당장 그 양반을 투옥하라고 했다. 군수는 양반을 투옥할 수도 그 빚을 갚도록 할 방도도 없어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안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양반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하였다. 이때 이웃에 사는 동네 상민 부자가 그러한 소문을 듣고 양반의 신분을 동경하던 중이라 이 기회에 양반을 사서 양반노릇을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양반을 찾아가서 양반을 팔라고 한다. 양반은 기꺼이 승낙하여 천부는 관곡을 갚아준다.

양반이 관곡을 갚았다는 말을 듣자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군수가 양반을 찾아가자 양반은 상인 행세를 하고, 그 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군수는 군민들을 모아놓고 양반권 매매 계약서의 작성에 들어간다. 처음에 양반이 취할 형식적인 행동거지를 하나하나 열거하자 천부는 양반이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행동의 구속만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좋은 일이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이에 군수는 두 번째 문서를 작성한다. 양반의 횡포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관직에도 나갈 수 있고, 상인들을 착취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동네 상민 부자는 '그런 양반은 도둑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도망치고 만다. 그리고 다시는 양반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출전 : 연암집 제 8권 '방경각외전'

1737(영조 13) ∼ 1805(순조 5). 조선 후기의 문신 · 학자. 본관은 반남 ( 潘南 ). 자는 미중(美仲) 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 또는 연상(煙湘) · 열상외사(洌上外史). 할아버지는 지돈녕부사 ( 知敦寧府事 ) 필균(弼均)이고, 아버지는 사유(師愈)이며, 어머니는 함평 이씨(咸平李氏) 창원(昌遠)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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