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잡지 《청춘》에 실린 이광수의 데뷔작이다.
난수는 사랑스럽고 얌전하고 재조있는 처녀라. 그 종형 되는 문호는 여러 종 매들을 다 사랑하는 중에도 특별히 난수를 사랑한다. 문호는 이제 십팔 세 되는 시골 어느 중등 정도 학생인 청년이나, 그는 아직 청년이라고 부르기를 싫 어하고, 소년이라고 자칭한다. 그는 감정적이요, 다혈질인 재조있는 소년으로 학 교성적도 매양 일, 이호를 다투었다. 그는 아직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그가 교제 하는 여자는 오직 종매들과 기타 사오 인 되는 족매들이다. 그는 천성이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부친보다도 모친께, 숙부보다도 숙모께, 형제보다도 자 매께, 특별한 애정을 가진다. 그는 자기가 자유로 교제할 수 있는 모든 자매들을 다 사랑한다. 그 중에도 자기와 연치가 상적하거나 혹 자기보다, 이하되는 매들 을 더욱 사랑하고 그중에서도 그 종매 중에 하나인 난수를 사랑한다. 문호는 뉘 집에 가서 오래 앉았지 못하는 성급한 버릇이 있건마는 자매들과 같이 앉았으면 세월가는 줄을 모른다. 그는 자매들에게 학교서들은 바, 또는 서적에서 읽은 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여 자매들을 웃기기를 좋아하고 자매들도 또한 문호를 왜 그런지 모르게 사랑한다. 그러므로 문호가 집에 온 줄을 알면 동중의 자매들이 다 회집하고, 혹은 문호가 간 집 자매가 일동을 청 하기도 한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오전에는 으레히 문호가 본촌에 돌아오고 본촌에 돌아오면 으레히 동중 자매들이 쓸어모인다. 혹 문호가 좀 오는 것이 늦으면 자매들은 모여 앉아서 하 품을 하여 가며 문호의 오기를 기다리고, 혹 그 중에 어린 누이들- 가령 난수 같은 것은 앞고개에 나가서 망을 보다가 저편 버드나무 그늘로 검은 주의에 학 생모를 잦혀 쓰고 활활 활개치며 오는 문호를보면 너무 기뻐서 돌에 발부리를 채며 뛰어 내려와 일동에게 문호가 저 고개 너머 오더라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 면 회집한 일동은 갑자기 희색이 나고 몸이 들먹거려 혹,.. ...
이광수
호는 춘원(春園).
1892년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생.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어 만포(滿浦)에서 병사함.
1917년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정』을 비롯해 『개척자』,『흙』,『그 여자의 일생』,『이차돈의 사』,『그의 자서전』,『사랑』,『원효대사』, 『유정』 등 수 많은 소설과 수필, 시, 논문, 평론 등이 있으며 계몽주의, 민족주의, 인도주의 작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제 시대 그의 친일 행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