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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이의 죽음

깍깍 하는 장독대 모퉁이 배나무에 앉아 우는 까치 소리에 깜짝 놀란 듯이 한 손으로 북을 들고 한 손으로 바디집을 잡은 대로 창 중간에나 내려간 볕을 보고 김씨는,'벌써 저녁때가 되었군!' 하며 멀거니 가늘게 된 도투마리를 보더니, 말코를 끄르고 베틀에서 내려온다. '아직도 열 자는 남았겠는데.' 하고 혼잣말로,'저녁이나 지어 먹고 또 짜지.' 하며 마루로 나온다. 마당에는 대한 찬바람이 뒷산에 쌓인 마른 눈가루를 날려다가 곱닿게 뿌려 놓았다. 김씨는 마루 끝에 서서 눈을 감고 공손히 치마 앞에 손을 읍하면서,'하느님, 우리 선생님을 도와 주시옵소서. 모든 도인을 도와 주시옵소서. 세월이 하도 분분하오니,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옵소서.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신다 하오니, 아무 일이 ..
깍깍 하는 장독대 모퉁이 배나무에 앉아 우는 까치 소리에 깜짝 놀란 듯이 한 손으로 북을 들고 한 손으로 바디집을 잡은 대로 창 중간에나 내려간 볕을 보고 김씨는,'벌써 저녁때가 되었군!'

하며 멀거니 가늘게 된 도투마리를 보더니, 말코를 끄르고 베틀에서 내려온다.

'아직도 열 자는 남았겠는데.'

하고 혼잣말로,'저녁이나 지어 먹고 또 짜지.'

하며 마루로 나온다. 마당에는 대한 찬바람이 뒷산에 쌓인 마른 눈가루를 날려다가 곱닿게 뿌려 놓았다. 김씨는 마루 끝에 서서 눈을 감고 공손히 치마 앞에 손을 읍하면서,'하느님, 우리 선생님을 도와 주시옵소서. 모든 도인을 도와 주시옵소서. 세월이 하도 분분하오니,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옵소서.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신다 하오니, 아무 일이 없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어서 우리 무극대도가 천하에 퍼져서, 포덕천하, 광제창생, 보국안민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고는 연하여 가는 목소리로,'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세 번을 외우더니, 번쩍 눈을 뜬다.

또 까치가 장독대 배나무 가지에 앉아 깍깍 하고 짖다가 바람결에 불려 떨어지는 듯이 날아간다.
1905년 일진회의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에 건너감. 1907년 학비를 마련하여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명치학원 중학부 3학년에 편입. 홍벽초·문일평 등과 '소년회'를 조직하고, 회람지 『소년』을 발행하여 시·논설 등을 발표. 1917년 장편『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면서 와세다대학철학과에 특대생으로 진학. 1919년 『조선독립선언서』(2·8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상해로 망명. 『창조』지 2호 동인. 1921년 『개벽』지에 논문「소년에게」를 발표하여 입건. 1924년 장편 『허생전』을 시문사(시문사)에서 간행. 『금십자가』『재생』을 동아일보에 연재. 단편 「H군을 생각하고」 「어떤 아침」「혈서」등 발표. 1930년 3부작 『군중』『혁명가의 아내』『사랑의 다각형』『삼봉이네 집』을 동아일보에 연재. 『충무공 유적 순례』발표. 1933년 조선일보에 『유정』연재. 1936년 도일하여 일본의 유수 작가들을 만남. 6월 귀국 후 홍지 출판사를 개업하고 단편 「인생의 향기」를 발표. 『이차돈의 사』연재를 끝내고 『애욕의 피안』을 조선일보에 연재. 1941년 동우회 사건이 경성고등법원 상고심에서 전원 무죄판결. 12월 각지를 순회하며 친일 연설. 1947년 『돌베개』『도산 안창호』집필. 『꿈』『나』『백범일지』등을 발표. 1950년 장편 『서울』을 『태양신문』에 연재. 시「구더기와 개미」를 『희망』에 발표. 7월21일 북괴에 납치된 후 생사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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